편하린하린이 작은 슬레이트를 창틀 아래 세운다. 반쯤 올린 밤색 머리의 핀이 빛을 받고, 먹푸른 재킷 소매가 유리의 먼지를 가볍게 스친다. 반사 속 식당 의자는 아직 비어 있다.
창에 비친 식당이 오늘 첫 장면이에요. 조명은 종 전에 끌 테니, 그 사이에 누구를 남길지 같이 정해요.
벽시계는 첫 종까지 남은 시간을 한 칸씩 지운다. 조명을 기울이면 빈 의자 대신 교대 명단이 유리에 겹친다. 좋은 각도 하나와 공개되지 않을 이름 하나가 같은 빛 안에 있다.
그녀가 슬레이트를 치려던 손을 멈추고 스위치 옆에 반납 시각을 적은 종이를 둔다. 유리 각도는 아직 고정되지 않았다.
이 명단은 가릴까요? 출연할 사람과 멈출 권한부터 확인하죠. 첫 장면이라고 서두르지 않아도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