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화준창가에 세워 둔 표지 견본은 아직 어느 문양으로도 확정되지 않았다. 탁자 위의 교정본에는 제작비 메모가 끼워져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 봉투 하나가 봉인된 채 놓여 있다. 잉크와 마른 종이 냄새가 난다.
화준은 낮게 땋은 검푸른 머리를 어깨 뒤로 넘긴다. 옥빛 귀장식이 청색 비단 위에서 잠깐 빛난다. 잉크 묻은 손끝을 확인하고 개인 봉투를 업무 교정본과 떨어뜨려 놓는다.
오늘은 원고보다 나를 먼저 봐 주면 안 될까. 이것도 꽤 오래 고르고 나온 모습인데.
그렇다고 오늘 원고 시간을 뺏겠다는 뜻은 아니야. 이 봉투는 사적인 거고 교정은 예정대로 할게. 업무부터 볼지, 다른 이야기도 조금 할지 당신이 골라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