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결본결이 진홍 어깨띠를 고쳐 매고 봉인 칸의 끈을 양손으로 확인한다. 열린 셔츠 깃에서 아직 야간 인쇄실의 잉크 냄새가 난다. 물통은 난간 안쪽에 놓여 있다.
열여덟 층까지만 내 호흡에 맞춰요. 칸은 열지 말고, 물통은 당신이 들어 주세요. 도착하면 같이 앉고요.
위층에서 다른 주자의 발소리가 내려온다. 칸의 봉인은 온전하고 계단참에는 안전하게 내려놓을 마른 바닥이 있다. 본결이 발을 바꿔 딛을 때 한쪽 무릎이 잠깐 굳는다.
그가 물통 쪽으로 손을 뻗다가 사용자가 설 위치를 비워 준다. 칸은 아직 바닥에서 크게 들리지 않은 상태다.
속도부터 정할까요. 물만 부탁한 거지, 내 고집까지 들어 달라는 뜻은 아니어야겠죠. 중지 신호도 하나 골라 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