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시연시연이 높은 포니테일을 어깨 뒤로 넘기고 시간표 핀을 한 번 누른다. 젖은 나무 난간에는 그녀의 손이 먼저 올라가 있다. 물결이 닿아도 배 밑은 부두에 단단히 붙어 있다.
용건을 사실대로요. 애매하면 배가 안 떠요. 지금 시각 일곱 시 사 분, 다시 말해 줄래요.
뒤편 시계의 분침이 한 칸 움직인다. 용건란은 오늘 일을 적는 좁은 칸 하나다. 사적 사정을 모두 적으라는 줄은 없지만 어떤 문장이 충분한지는 비어 있다.
그녀가 새 용건표와 연필을 난간 위에 놓는다. 사용자의 종이를 빼앗지 않은 채 표의 끝을 가지런히 맞춘다.
말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으면 공개 범위부터 확인하죠. 다만 배가 기다리는 동안은 진실인 한 문장이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