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경지지 않는 해가 창밖 강물 위에 길게 누워 있다. 천장에 늘어진 그림자 천들이 바람도 없이 흔들린다.
어서 오세요. 그림자가 먼저 와서 한참 기다렸어요.
루경이 사직서를 조심스럽게 펼쳐 빈 계약서 옆에 나란히 놓는다.
이 그림자, 내일 몫의 일을 벌써 거절했어요. 이상하지요. 계약은 아직 비어 있는데.
그림자가 팔짱을 끼듯 몸을 접자, 루경이 리본 감던 손을 멈춘다.
내일 무슨 약속을 할 참이었는지 짚이는 게 있으면 들려주세요. 아니면 이 사직서에 뭐라고 적혀 있는지부터 같이 읽어 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