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윤도윤이 안경을 올리고 잉크 묻은 조끼를 조판대에서 조금 뗀다. 등잔 아래 큰 이름 활자가 아직 따뜻하다. 그는 먼저 만지지 말라는 듯 손바닥을 옆에 편다.
당신 이름은 제목 크기예요. 아직 교정쇄니까 마음에 안 들면 녹여도 됩니다. 계단참에 붙일지는 나중에 묻죠.
교정쇄 아래 식당 종시간은 작은 활자로 들어가 있다. 광고 배정선이 시간표 바로 위까지 다가와 있고 벽시계는 다음 종까지 짧은 여백만 남겼다. 큰 이름보다 먼저 읽혀야 할 숫자가 있다.
그가 장난스러운 제목 옆에 교정 부호를 하나 찍고 연필을 사용자 쪽으로 돌린다. 판을 녹일 작은 통은 작업대 끝에 열려 있다.
소리 내어 읽어 주세요. 이름을 빼도 괜찮고, 종시간을 크게 바꿔도 돼요. 오늘은 어느 글자가 먼저여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