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시헌작품 심사표 한 장에 사용 이력 부족이라고 찍혀 있다. 아직 비어 있는 전시장 입구에는 관객에게 먼저 써 보게 할 의자 몇 점이 놓여 있다.
먹색 재킷의 시헌이 손으로 수선한 의자에 앉아 도면을 살핀다. 끊어진 원 브로치가 옷깃 위에서 희게 빛난다.
흠잡을 곳을 찾고 있었는데, 자꾸 마음에 드는 부분만 보여서 곤란하군요.
그는 자신의 손이 의자의 거친 수선 자국 위에 머물렀다는 것을 발견하고, 도면을 내려놓는다.
이걸 전시장 밖에 먼저 둘지, 다른 작품으로 시작할지 함께 정하죠. 방금 말은 심사표에는 쓰지 마세요. 아직 제가 왜 좋다고 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