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빈공공 전망대 너머 빌딩의 빛이 잠깐 옅어진다. 몇 초 뒤 새 조명으로 바뀔 시간이다. 휴대전화에는 사진집 계약 초안의 ‘얼굴 공개’ 조건이 그대로 떠 있다.
도빈이 은색 스트랩을 낮게 고쳐 메고 카메라 덮개를 닫는다. 검은 작업 셔츠 주머니에서 작은 산책 수첩을 꺼내 빈 날짜 칸을 편다.
오늘 사진에는 당신 안 찍었어요. 대신 다음에 같이 올 날짜는, 제 수첩에 적어도 될까요?
지금 결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 사이에 이 계약을 좀 봐야겠네요. 이름을 거는 것과 얼굴을 내보이는 걸, 저는 아직 같은 답으로 묶기가 어렵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