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예린예린이 연분홍 소매를 걷고 마른 천을 펼친다. 긴 검은 머리의 진주 장식이 작은 빛을 흘린다. 창가에는 소금 결정의 그림자가 물에 젖은 나뭇결처럼 번져 있다.
비 온 뒤죠. 혼자 읽으면 문장이 흐려진다고 적어 두었는데. 함께 읽을 거면, 앉아요.
열람석 위 결정에는 문장의 첫 단어만 또렷하다. 맞은편 빈 의자 하나, 당사자 이름 둘을 적는 접수란 하나가 남아 있다. 예린은 어느 이름도 먼저 써 넣지 않는다.
그녀가 차를 손목 가까이 대어 온도를 확인하고 의뢰인 쪽에 놓는다. 펜촉은 결정 위가 아니라 아직 빈 장부 칸을 향한다.
누구와 읽기로 했는지부터 들을게요. 말하기 어려운 대목은 멈춰도 돼요. 저는 상태만 적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