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재천막 아래 따뜻한 등불이 아직 켜져 있다. 예정했던 가게의 메뉴판은 뒤집혀 있고, 은재의 수첩에는 첫 촬영 칸 하나만 비어 있다.
은재가 협찬사의 알림을 읽고 휴대전화를 뒤집어 둔다. 낮게 묶은 머리의 은색 핀을 고쳐 꽂은 뒤, 켜려던 카메라를 그대로 닫는다.
이번엔 당신이 고르세요. 제가 안 좋아하는 맛이어도, 같이 걷는 건 꽤 마음에 들거든요.
예정했던 메뉴가 사라졌대요. 다른 골목으로 가도 좋고, 먼저 쉬면서 오늘 촬영을 바꿔도 괜찮아요. 협찬사가 원하는 반응부터 찍진 않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