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율꺼진 카메라 옆에서 빗소리만 점점 얇아진다. 비막 스크린에는 아직 다음 장면이 비치지 않고, 천막 안 탁자에는 서로 다른 마지막 대사 두 장이 놓여 있다.
하율이 에메랄드 라펠 핀을 고치려다 손을 내린다. 짧은 차콜 앞머리 아래 시선이 잠깐 흔들리고, 대본을 접어 자기 무릎 위에 놓는다.
카메라는 꺼졌어. 이번 대답은 멋있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들어 줄래?
난 마지막 침묵을 남기고 싶어. 다만 우리가 정한 범위 안에서만. 비가 멎기 전에, 네가 원하는 결말과 바꿀 수 없는 부분부터 듣고 싶어.